중앙대가 인문사회예술과 과학기술 융합을 통한 대학의 산학협력 성공사례로 주목받는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인문·사회·예술 분야 융합을 적극 추진하면서 새로운 산학협력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중앙대는 기술 발전은 하나의 기술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궁극적으로 인문·사회·예술과 융합된 기술을 선보이면서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국가 산업발전에 기여하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융합플랫폼 '이노베이션 엑스'
중앙대 산학협력단 링크플러스(LINC+) 사업단은 대학의 핵심역량을 응집한 융합 센터 플랫폼 '이노베이션 엑스(Innovation X)'를 구축, 운영한다. 플랫폼은 중앙대 특화분야 센터(기업지원센터, 지역지원센터) 간 핵심역량을 공유하고 신규 사업을 발굴 추진한다. 중장기 사업 설계와 성과 창출을 위한 가상의 플랫폼이다. 이노베이션 엑스는 단순히 기술 융합뿐 아니라 신산업 인재양성, 기술개발, 사업 발굴 역할 등을 수행한다.
지난해 말부터 문화예술분야와 스마트팜 분야가 함께 '6차산업 혁신 아젠다'를 발굴하고 추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대표적인 산업인 스마트팜, 블록체인, 첨단영상기술 기업지원센터의 핵심역량을 융합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 스마트팜ICC, 문화예술기지ICC, 블록체인서비스ICC가 함께 식물 병충해 진단과 예방과 대형 가축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진단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ICC(Industry coupled Collaboration Center)는 특화분야 산업을 집중 지원하는 센터를 뜻한다.
중앙대는 대학 내 새로운 특화분야를 꾸준히 발굴해 새로운 융합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올해는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환경에너지, 헬스테크 분야 센터가 공동으로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성과를 기업과 지역사회로 확산시킨다는 구상이다.
김원용 중앙대 연구부총장 겸 산학협력본부장은 “대학 내 경쟁력 있는 특화분야 발굴과 융합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인재를 양성하고 기술력을 높여 국가 경쟁력 확보와 지역 상생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총장은 “단순한 융합모델이 아닌 산업과 지역사회의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마중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혁신모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공학·예술 융합 기업 배출
중앙대 기술지주주식회사의 2호 자회사인 탁툰엔터프라이즈(이하 탁툰)는 중앙대의 성공한 융합모델이다. 탁툰은 예술을 기반으로 공학기술이 접목된 창조 융합 콘텐츠를 생산하는 애니메이션 기업이다. 탁툰은 국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제작 전문가들과 애니메이션 감독, 마케팅 전문가, 디자이너들이 포진돼 있다. 첨단영상대학원 캐릭터 연구실의 석사과정 학생이 참여해 문화 콘텐츠 개발을 위한 산학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탁툰은 키즈카페 장난감이 좌충우돌하는 이야기인 '쉿! 내친구는 빅파이브(이하 빅파이브)'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3D프린팅으로 만들었다. 기존 2D, 3D 애니메이션에서 사용되는 가상의 캐릭터를 이용한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제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캐릭터 기반으로 제작했다. 이러한 스톱모션 기법을 통해 시청자에게 더욱 생동감 있는 사실감과 몰입을 전달하고 있다. 탁툰은 빅파이브를 4K수준의 초고해상도로 제작했다. 빅파이브는 2018년 KBS애니메이션 공모 당선작이다.
탁툰은 AI를 융합한 애니메이션 제작을 검토한다. 김탁훈 탁툰 대표(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애니메이션 스타일이나 움직임 등을 AI로 구현할 계획”이라며 “애니메이션 움직임에 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통해 캐릭터가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탁툰은 이를 위해 AI전공 공대 교수진과 융합 연구를 한다. 탁툰은 과거에도 게임 관련 연구 때 공대 교수진과 함께 논의했다.
탁툰은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탁툰엔터프라이즈의 '린다의 신기한 여행'이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방송견본시장 '밉컴(Mipcom)'의 애니메이션 행사인 밉주니어에서 37개국 137개 작품 가운데 최종 5개 작품에 올랐다. 린다의 신기한 여행은 한국 일러스트 작가인 정종해 작가의 작품이다. 2016부터 제작돼 2017년 프랑스 툴르즈에서 개최된 카툰 포럼에서 유망 한국 작품으로 발표됐다.
장욱상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교수가 2018년 창업한 가상현실(VR)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카에나'도 융합 성과를 내고 있다. 스카에나는 첨단 기술과 애니메이션을 접목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테크니컬 디렉터 출신인 장욱상 스카에나 대표는 직접 프로그래밍을 공부해 인터렉티브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스카에나는 VR 인터랙티브 애니메이션 '미니월드'를 제작했다. 미니월드는 시간을 만들어내는 공간인 '미니월드'에서 갑자기 시간 공급이 멈추자 특수요원 미니와 유저(User)가 함께 힘을 합쳐 적을 무찌르는 VR 인터랙티브 애니메이션이다. 잠입, 구출, 협업, 최종결투라는 4개 스테이지로 구성됐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의 스토리 경험과 컨트롤러를 이용해 슈팅 게임을 즐기는 듯한 인터랙션 요소의 촘촘한 설계로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스카에나는 최근에는 60분짜리 VR 애니메이션 'EXT'를 제작 중이다.
장 대표는 “애니메이션에 VR를 융합하려 했지만 프로그래밍 관련 도서는 거의 대부분 공학도만을 위한 것이었다”며 “직접 프로그래밍을 공부했고, 예술 분야 콘텐츠 제작자들이 프로그래밍을 이해한 뒤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교육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확대되는 산학협력 융합 교육
중앙대 산학협력 교육은 기존 학부 중심에서 대학원으로 지원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종전에는 대학원이 학문 위주 교육과정을 운영됐지만 산업계 요구사항을 반영하면서 산학협력 교과목을 늘리고 있다. 중앙대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기존 학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캡스톤 디자인을 대학원생 대상으로 확대 운영한다. 캡스톤 디자인은 대학원생의 실무역량 증대와 실무 중심 종합설계 교과목으로 기업 실무진이 강의에 직접 참여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개념이다.
중앙대는 정규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비교과과정에서도 지원체계를 강화했다. 교내 창업 확대를 위해 실험실 창업 지원에 힘을 실었다. 대학원 대상 창업동아리 지원 프로그램과 비교과 프로그램으로 학생 창업을 적극 돕는다.
중앙대 관계자는 “대학 실험실은 하이테크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으나 창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중앙대는 창업원을 중심으로 한 멘토링과 애로기술 컨설팅으로 대학원생 창업을 지원한다”고 전했다.
앞으로 중앙대는 대학원생 대상의 산학협력 교육을 지속 확대할 예정이다. 김 부총장은 “연구 중심 대학원 모델에서 벗어나 산학협력 및 창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전반적인 산학협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